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15-12-24 16:07:00
조회수3686
지난 화요일, 센터와 네트워킹하고 있는 도시형 대안학교의 신입 길잡이 선생님들이 서로를 통해서 배우고 교류하는 자리 두번째 시간이 진행되었습니다. 성북에 있는 청소년문화공유센터에서 만남을 가졌는데요, 아이들이 오가는 공간답게 아늑하고 요소요소들이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성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 작업, 청소년 활동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집과 홍보 리플렛도 한켠에 놓여있어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 나실 때 한 번 방문해 보세요 ^^ 이 날은 공간민들레의 도움으로 3층 공유공간을 빌려 '공동체상영과 상영 후 이야기 나눔'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날 선생님들과 함께 본 영화는 (사)줌마네의 대표이자, 프리랜서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계신 이숙경 감독의 2012년 작품, '간지들의 하루'입니다. W-ing이라는 쉼터에서 18-20세의 시절을 보내며 갈 길을 찾는 세명의 청소녀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이숙경 감독은 아이들의 삶을 대상화, 타자화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의 삶 속에 녹아든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서 뉴스나 몇몇 다큐멘터리처럼 비극적인 요소만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합니다.
몇몇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갑갑하다'며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은 앞에 놓인 현실을 딛고 폭풍 성장하는 변화의 양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영화가 극적 기승전결의 국면을 보여주지 않고 아이들의 18-20세의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편편히 보여주다 끝나기 때문이리라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만족할 만큼 변화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서, 영화 이후의 삶도 여전히 팍팍할 것이라는 것을 관객이 느끼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 그러나 다 같이 점점 살기 힘든 사회 속에서 아이들의 삶만이 마법처럼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삶을 두고 우리가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우리사회가 오히려 성인과 달리 자립을 위한 자원과 지지 기반이 더 많이 부족한, 그런 자신의 삶의 무게만 감당하기도 어려운 아이들에게 막상 어른들도 해내고 있지 못한 '좋은 삶'이란 것을 살지 못한다고 부족한 아이들로 낙인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화를 통해 반성하게 됩니다.
영화를 한차례 보고 나서 마음 속에 떠오르는 질문들을 적어봅니다. 영화 속 세 주인공은 영화 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촬영 중 에피소드 등 감독님을 향한 물음과 함께 그간 학교 밖 배움터에서 아이들과 지내면서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질문들을 꺼내 놓아 봅니다.
세 주인공 은정, 승희, 송하는 지금은 머물던 쉼터를 떠나 각자의 독립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3년 간 카메라를 통해 함께 삶을 살았던 시기를 지나 어느덧 스무살 중반의 문턱을 넘어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당연히 행복했으면 좋겠고, 좀 더 넉넉히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은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감독은 말합니다.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여전히 쓸쓸함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영화라는 계기를 통해, 때되면 잘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을/물어 줄 누군가, 생각나는 누군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부빌 '이숙경'이라는 언덕이 하나쯤 생겼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이미 가장 큰 선물이되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세 주인공에게는 영화가 자신들을 향한 누군가의 가장 큰 관심이자, 삶의 어려운 순간을 한번 더 버텨내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지 않았을까요? 세간지들에게 감독님이 있다면, 학교 밖 배움터에는 길잡이 교사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길을 묵묵히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며,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바로 도시형 대안학교의 선생님들 일 겁니다.
이날 자리에서 오간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아이들과 더 잘 관계 맺기 위한 노하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청소, 설거지, 걸레질 등 사실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사소한 일들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 스스로 관계를 회복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드는 것이 교사-학생 관계 맺기 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교사는 아이들과 지내는 과정 속에서 내가 백을 주었는데 아이들이 일 밖에 주지 않는다고, 그것이 반복되어도 소진되어 버리지 않는 것, 교사가 때때로 자기 충전을 잘하여 잘 버텨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가르침에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파커 파머의 이야기를 전하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에너지를 찾을 수 있다는 노하우도 덧붙여 주셨어요. 동료들 속에서 힘을 얻는 다는 것은, 나하고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나의 어려움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온전히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그 사람이 있으니 나도 버텨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다시금 자리를 박차는 힘을 얻는 것이겠지요!
이후에는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길잡이 선생님들이 하고 있는 활동들도 함께 이야기해주셨어요. 거리의 아이들을 직접 찾아 아웃리치를 나서거나, 다른 도움을 받기 위해 쉼터, 상담실, 병원을 찾은 아이들을 수소문하여 학교 밖 배움터와 연결하기도 하고, 지역의 사회복지사를 통해 집에 틀어박힌 아이들을 꺼내오기도 하신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학교의 안정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여전히 학교 밖에서 도움을 필요로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 만나는 아이들의 숫자도 중요하지만, 한 명의 아이를 잘 보듬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길잡이교사 자신이 우선 건강하고, 그 건강함을 토대로 안정적인 학교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깨달음이 있는 자리였습니다.
올해 센터에서 준비한 신입 길잡이선생님들의 학습 모임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할 이야기에 비하면 두번의 만남은 너무나 짧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나름대로의 깨달음과 배움이 있으셨길 바라며 2015 신입 길잡이교사 성장지원 과정을 마치고자 합니다. 보다 많은 교류와 유의미한 학습의 기회로 2016년에도 길잡이 선생님들과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남은 연말 잘 마무리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위 글은 해당 사업 담당자의 기록으로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공감 또는 부족함이 느껴지신다면 덧글을 통해 전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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