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14-07-04 16:00:00
조회수3611
나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15살의 남자 청소년이다. 특히 걷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왜냐하면. 내 키는 180cm 정도에다, 몸무게는 100kg 되는 거구라서 마치 느려터진 곰탱이 같았다. 우리집 바로 옆의 편의점도 힘들어서 안가는 내가 용문역에서 낙산까지 170km를 5박6일동안 걸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이번 도보여행을 과연 무사히 해낼수 있을까.. 나도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여행은 시작되었다.
1일차. 시작지점인 용문역에 도착했다. 뒤에서 따라와 줄 학교차와, 몸풀기를 막 시작하는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며 ‘그래 한번 해보는거야!’라고 결심하면서 출발했다. 그런데 출발 10분정도 지나자마자..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걷기 1시간 후 논두렁에 앉아 김밥으로 늦은 아침을 해결했다. 그렇게 걷고 쉬고 걷고 쉬고를 반복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쉬다보니 어느새 출발 할 시간.. 몸을 일으키고 걷는다. 걷고 걷고 또 걷다가 너무 힘들어서 일행보다 뒤처졌다. 그런데 국도라서 바로 옆에 차가 80km로 쌩쌩 달린다. 진짜로 차에 치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무사히 국도를 지날 수 있었다. 그런데 간식봉투를 넣어 놓은 오른쪽 주머니가 허전했다. 간식을 모아서 숙소에서 맛있게 먹어야지 하고 열심히 걷고 있었는데. 그 목표가 사라졌다. 갑자기 기운이 팍 떨어지고 속도가 50% 내려갔다. 허무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저녁을 먹었는데 난생 처음으로 5그릇을 먹었다. 오죽하면 숙소 사장님이 ‘많이 먹는 학생’ 이라고 날 불렀을까. 밥을 먹고 잠자리에 눕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내일은 어떻게 걷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잠을 잤다.
2일차. 일어나니 온 몸이 아파 온다. 선생님이 오늘은 35km를 걷는다고 한다. ‘아 망했다...’ 나는 반포기 상태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 별로 안 힘들다. ‘머지? 어제 많이 걸어서 그런가?’ 그래서 힘차게 걸었다. 어느새 점심시간! 밥을 먹고 사탕을 물고 낮잠을 자려고 하는데 입에서 이상한 느낌이 난다. 사탕을 봤더니 개미 2마리가 붙어 있었다. 깜짝 놀라 목숨 같은 간식을 버리고 물로 입을 헹구었다. 한 30분쯤 지났을까.. 그리고 다시 걷는다. 그런데 오전보다 유난히 아니 좀 심하게 더운 날씨다. 곧이어 포기자가 나오고 나도 점점 포기하고 싶어졌다. 모두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학생회장누나가 “계속 걸을까? 아니면 차를 타고 갈까?” 라는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여러 고민 끝에...“걷고 싶은 사람은 걷고, 힘든 사람은 뒤에서 차를 타고 가기” 로 결정되었다. 나는 걷기로 했다.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적어도 100kg인 나에게는. 9시가 되어 숙소에 도착하여 담임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그 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수박을 먹고 잠을 잤는데. 그렇게 행복하게 잠을 잔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3일차. 몸에서 기운이 펄펄 넘친다. 10시간을 걸어도 편할 것 같았다. 오늘은 시원하고 경치도 나름 좋아서 행복하게 걸었다. 걷다보니 경찰차 2대가 우리 일행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뭐지..? 죄라도 졌나?’ 선생님께 물어보니 우리를 호위해 준다고 하신다. 솔직히 좀 놀랐다. 뭐 40명밖에 안 되는 일행을 경찰이 옆에서 지켜준다니. 쉼터인 경찰서 앞에 도착하니 경찰아저씨들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셨는데 너무 행복했다. ‘난 왜 이리 먹는 것에 행복해지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출발했다. 쉬엄쉬엄 걷다보니 점심 식당에 도착했다. 와구 와구 밥을 먹고 쉬는 도중 발바닥을 보니 물집이 생겼다. 한숨을 내쉬며 선생님에게 치료를 받았다. 그랬더니 벌써 출발시간. 다행히도 시골길이라 느긋하게 걸었다. 걷고 쉬고를 5~6번 반복 했을 때쯤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는데, 밥이 모자라 모두들 불평을 하는데 선생님들이 깜짝 선물로 피자를 사오셨다. 그때 먹었던 피자 1조각과 콜라 1잔은 정말 천상의 맛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숙소가 좋아서 편하게 잠에 들을 수 있었다..
4일차. 새벽에 비가 왔었는데 다행이도 출발할 때 쯤 되니 비가 그쳤다. 오늘은 한계령을 넘기 바로 전까지 이동한다. 생각보다 좀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힘을 내어 걸으려고 하는데 몸 상태가 좀 안 좋다. 어지럽다. 토할 것 같다. 쓰러질 것 같다. 도저히 못 걸을 것 같다. 내 마음이 흔들린다. 차에 타자. 아니 견디고 마지막까지 힘내자. 마음이 갈등하는 사이 쉼터인 휴게소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쉬고 있을 동안 나보고 결정하라고 하신다. 분명 차에 탄다면 지금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난 도보여행을 완주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다. 비록 아파서 차에 타지만 그것이 핑계가 될 수는 없다. 갈등 중에 난 포기를 골랐다. 선생님들이 안타까운 눈으로 날 쳐다본다. 창피하다. 막상 차에 타니 어찌나 편하던지. 그 순간에는 편안했다. 하지만 너무나 내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난 걸을 수 있다. 어지러운 걸 견딜 수 있다.’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고 30분쯤 차에서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지럽지만 계속 걷는다. 식당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쉬는데 솔솔 바람이 불어온다. 가방을 베개 삼아 낮잠을 잔다. 잠시 후 출발준비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언덕이 많아 힘들지만 다들 힘내서 걷는 모습에 나도 내색을 하지 못하고 걷는다. 오늘은 어떤 날보다 후회되는 날인 것 같다.

5일차. 오늘은 해발 1000m인 한계령을 넘는다. 모두들 마음 단단히 먹고 출발 준비를 했다.처음에는 나름 평지여서 걷기에 쉬웠던 것 같다. 하지만 한계령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경사에 당황한다.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흐느적흐느적 걸으면서 한숨 돌릴 겸 주변을 돌아 봤는데. 와! 사람들이 산에 왜 오르려는 건지 이해가 된다. 영화 같은 이 풍경...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굉장하다. 풍경을 감상하고, 여러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정상이다. 도착했을 때는 죽을 듯이 힘들었다. 이제 내려가는 것만 남아서 편하게 갈 줄 알았는데, 아니다. 엄청 힘들었다. 발목은 감각이 안 느껴질 정도로 아팠다. 저녁에는 부모님들이 보내주신 영상을 다 같이 봤다. 어떤 학생은 부끄러워하고 울기까지 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렇게 모임이 끝나고 잠을 잔다. ‘내일이면 이 지옥의 종지점을 찍는다.’ 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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