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
작성자관리자
날짜2009-12-08 23:00:00
조회수6878

11월 16~18일, 서부보호관찰소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 “유유자적 프로젝트-사람․사물․나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주제로 2박3일 캠프로 징검다리학습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번 프로그램은 일시적으로 궤도를 이탈한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여러 재료를 늘어놓고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가며 스스로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비자발적 참여자가 자율적이면서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활동을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겸손한미술관> 작가들이 프로그램 내용을 잡았다. <겸손한 미술관>팀은 아름다운학교 징검다리학습과정의 ‘노마드미술학교’를 진행하며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프로그램이었다. 미술관의 작가들은 또 다른 청소년을 만나며 탈주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에 관심을 두었으며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과 자신들의 이야기가 엮여나갈 지 사뭇 기대하는 눈치다.
첫째날, 놀다.
사전모임에서 나눈 "야구"할 때 필요한 운동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겸손한 미술관> 마당에 나무, 종이, 스티로폴, 망사 등이 펼쳐져 있다. "공을 멀리 날릴 수 있는 배트", "공을 잘 받을 수 있는 글로브", "날쌔고 빠른 공"을 어떻게 만들 지 모둠별로 도란이 서서 의논하며 뛰어다닌다. 넓적한, 둥그런, 팔각 모양의 배트와 공들.. 약간은 거칠게 만들어진 도구들이 쌓여가며 야구를 시작하였다. 추위에 짧은 스커트를 입은 채 떨던 여자 친구들도 방망이를 휘두르며 재빠른 걸음으로 베이스를 찍어간다. 한 점 한 점 점수가 올라갈수록 경기는 치열해지고 재미를 더한다.

얘기하다.
아이들은 틈틈이 왜, 어떤 경위로 관찰소에 오게 되었는지를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아니, 불 낼 생각은 아니었어. 날씨가 추웠고 놀이터에 모여 있다가 장난이 크게 된 거지.”
“유혹이 생겨요.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쉬우니까요. 오토바이를 훔치고 팔면 더 큰 돈이 갑자기 생기니까. 또 그렇게 갑자기 생긴 돈은 또 쉽게 쓰게 되더라구요. 걸린 거만 쳐서이지, 걸리지 않은 것까지 치면 아휴, 이제 안하고 싶어요.”
“요즘엔 방을 얻어서 친구들끼리 지내는 경우가 있어요. 여관방을 한 달 빌렸는데 그 때 한 아이들 감금했어요. 우리가 잔 사이에 그 애가 도망가서 경찰에 신고했어요.”
“가둬놓고 잠을 잤니?” 언니들이 감금을 지적하기 보다는 그러고 잠이 든 것을 지적한다.
아이들이 보호관찰소로 오게 된 경로는 매우 다양했다. 또한 그 이유만큼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후회하고 있는 반면 억울한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과도한 처우였고 어떤 경우는 그 자체에 문제의식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공통된 도덕기준이 없었으며 출발점이 다 다른 자신과 타인에 대한 생각을 건네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 아이들은 이미 공공적 범주를 넘어서 있긴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만 도덕기준이 없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소외와 그에 대한 보상으로 물질이 주인인 현대사회에서 어른도 아이들도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익”이라는 것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이제 공공과 개인이 상생하는 대안적 윤리가 무엇인지를 말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지..
둘째날, 살다.
숲에서 삶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직접 체험해보는 날이다. 어제 늦은 시간에 취침이었음에도 아이들은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모두 문자를 보내고 있다. 따다닥따, 투둑투투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낮에 돌아다니고 새벽이 되어야 잠이 든다는 아이들은 패턴이 바뀐 생활에 적응하느라 안간힘이다. 당연 아침 활동은 어렵다. 찌푸린 얼굴로 “숲 체험”에 참여한다. 낙엽이 내려앉은 산길을 걸으며 햇빛을 받기 위해 가지 끝이 붉어진 붉나무며, 각종 열매들을 찾으며 산책 삼아 숲을 걸었다. 그리고 열매로 브로치를 만들었다.

오후에 진구 샘의 작업장이 있는 숲 속에 들어가 집짓기, 화덕 만들기, 조형물 만들기 세 팀으로
나누어 작업 시작. 주변의 사물들로 조형물 만드는 팀은 넘치는 상상력으로 하나 둘 조형물을 세우고, 화덕을 만드는 아이들은 돌을 쌓고 화덕을 만드는 팀은 어느새 솥을 걸고 감자를 삶고 고구마를 굽는다.
집짓기 팀.. 음.. 쉽지 않다.

경진: 이게 뭔 삽질이래? 이거 뭐하자는 거예요.
진구 샘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한 방 날아온다.
이런 저런 설득과 작업을 하다 성난 진구 샘
샘: “너희들 그렇게 하기 싫은 거 하지말자. 나도 하기 싫은 건 하기 싫어. 그러니 그만하자.”
경진: "뭘 하다가 그만 두면 어떻게 해요. 이왕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해야지.“
샘: “그래도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없어.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
경진: “그렇지만 끝내 봐요.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그만 해요!”
옥신각신하며 나무집이 만들어진다. 그 감정 토로가 서로가 얘기할 수 있는 시작이 되었다한다.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던 에너지 많은 영민에겐 뗄감을 할 나무를 베는 일이 주워졌다.
영민이는 통나무를 톱으로 열심히 열심히 자른다.
“다 했어요. “와, 내가 저걸 다했다니!”
결코 다 잘라질 것 같지 않던 통나무가 두 동강이 났다.
그는 오늘 가장 큰 희열을 맛본 사람이 아닐까한다.
마지막 날, 나누다.
아바타 만들기
제비뽑기에서 나온 대상의 특징을 살려 아바타를 만들고, 그것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천 저 천 주섬주섬 모아 여자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바느질 시작. 남자아이들은 거실에서 장갑, 나무, 천을 이용하여 ..
“이 인형을 봐. 눈이 아파.” 아침에 눈이 아파 안과에 다녀온 수진의 아바타다.
“안경을 껴도 괜찮아. 그 모습을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만나라.”고 하며 아바타를 건넨다.
꺼떡꺼떡 고개가 끄덕거리는 아바타를 건네는 경진,
마른 몸과 어린왕자의 여우의 지혜로움을 간직하라는 상호의 여우,
“이 머리스탈 신경 써서 한 거야 잘 봐봐.” 웃는 짱구의 모습이 꼭 영민이를 닮았다.
아바타를 건네는 시간은 2박3일 간의 서로에 대한 씻김을 하는 시간과도 같았다. 서로 안 보고 있고 전혀 섞일 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바타는 서로를 발견해주는 매신저역할을 해주었다.

보물찾기.
아바타 사진을 찍는 사이 머물던 공간에 보물을 숨겼다. 아이들이 가장 원했던 보물은 5천원짜리 문화상품권. 방으로, 장 속으로, 창문 틈으로. 이 간단하고 전통 있는 활동은 언제든 유효한 듯. 발 빠르게 뛰어다니며 아이들은 보물을 찾기 시작했고, 꼭 문화상품권이 자신의 보물이기를 기대하며 목을 빼고 앉았다.
비쩍 마른 몸에 스키니를 입고 있던 상호는 발열타이즈를 받았다.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화장실가서 타이즈를 신고나온다. 돌아가며 뱉은 한 마디 “선생님, 따뜻해요.” 씩 웃는 18살 소년의 웃음이란.
뭐든 하자는 것은 하기 싫었던, 모든 프로그램을 댓구하며 대치했던 아이들
아이들을 집으로 보낼 시간이다. 아이들을 보내는데 입이 쌉싸름하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차를 타는데 아이들이 휙 뒤돌아선다.
3일 내내 집에 언제 가냐고 묻던 세진
“다음 프로그램 있으면 연락해줘요. 이런 거 좀 괜찮네.”
돌아가고 싶은 시간을 뽑으라니 “캠프 오기 전”이라고 말하던 희준이.
“내게 나쁜 일 안하도록 일러주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요. 나도 멘토가 필요해요”
눈싸움 백번 하며 줄다리기 하던 수진
“내가 성질내서 미안해요. 감사했어요.”
돌아가는 길에 철없이 가슴에 안긴다.
어쩌라구. 이 달콤쌉쌀한 아이들아.
관찰소 청소년들은 그동안 만났던 학교 밖 청소년들과는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만들어갔다. 이번 프로그램은 <아름다운학교>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그 반응은 매우 달랐다. 첫째, 아름다운 학교에 참여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무엇을 시도할 기회”를 주었을 때 “겁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안에 있는 것을 하나씩 손으로 만들어가며 발전시켜 갔다. 그들이 상상하던 것이 세상 속에 모양을 갖추면서 “서로의 관계를 형성했고, 뭔가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
두 번째 비자발적 참여자였던 관찰소 청소년들은 ‘상상’에 앞선 ‘필요’에 우선하였다. 매우 현상적이고 직설적인 이야기, 또 그것이 나에게 어떤 필요가 있는지를 먼저 물었고, 그와 연관된 활동에 관심이 있었다. 구체적인 사물을 만들라고 하면 뚝딱 만들어냈다. 그러나 생각하는 건 싫다. 무엇에 의미를 부여하며 상상하는 일은 ‘삽 질’에 불과했다. 그러니 이들의 학습과정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린 구성해 놓은 프로그램이 예상 밖의 상황을 만나면서 프로그램을 계속 수정하며 아이들에게 맞추어갔다. 또한 지면에 적지 못했지만 프로그램보다 해결과정이 아름다웠던 “흡연 사건”이 우리들의 신뢰를 형성하고 “삽질이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관찰소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학습과 그들의 미래를 그릴 조언자로서 ‘징검다리’가 필요했으며, 프로그램이 끝나고 대안학교에 입학을 원하는 학부모와의 상담, 거점공간 “몽담몽담”에 아이들 이어주기 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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